글로벌 경제: 화끈한 침체 없이 화끈한 반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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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올해 여러 차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터이다. '의외로' 경제가 이럭저럭 굴러갔기 때문이다. 지난해(2022년) 말 대다수 국제기구와 학계는 광범위한 경기침체(recession)가 2023년을 덮칠 것이라 예측했다.
2023년에 대한 비관적 예측의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금리였다. 2022년 들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잠잠해지자 물가가 치솟았다. 이해 중반엔,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이 10%(전년도 같은 달 대비)까지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물가를 잡기 위해 2022년 초에 ‘사실상 0%’였던 기준금리를 같은 해 연말엔 4%대 중반까지 인상했다. 이어서 ‘내년(2023년)에도 계속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기관들이 ‘고금리에 따른 2023년 글로벌 경기침체’를 예측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2023년의 경기침체로 물가가 안정되면 중앙은행들은 비로소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었다. 이에 따라 2024년엔 경기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고 2023년의 예측자들은 내다봤다.
그러나 이 예측은 실현되지 않았다. 2분기 이상 연속으로 경제 규모가 축소되는 현상(마이너스 성장)인 ‘광범위한 경기침체’는 2023년에 없었다. 금리인상이 계속되었지만, 글로벌 경제는 고금리 환경에서도 완만하게나마 성장했다. 소비와 고용(미국에선 뜨거웠다)도 비교적 양호했다. 이런 와중에도 인플레이션율은 점차 하락해 미국에서는 2023년 하반기 들어 3%대 중반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이를 반드시 좋은 신호로 볼 수는 없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대가’를 반드시 요구한다. 만약 2022년 말의 예측(‘화끈한’ 경기침체)이 실현되었다면, 중앙은행들은 2023년 중반이나 하반기에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을 터이다. 각 기관들은 2023년 말인 현재 희망찬 ‘2024년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화끈한 침체가 없었으니 화끈한 반등도 없을 전망이다.
대다수 국제기구와 금융기관들은 2024년에도 글로벌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성장 폭은 올해보다 낮을 터이다.
11월29일 나온 OECD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GDP(생산 규모)는 올해 2.9%(전년도 대비, 잠정치)를 기록한 뒤 2024년엔 2.7%로 완만하게 둔화된다. 2025년에 3.0%로 소폭 개선될 것이다.
OECD의 국가별 2024년도 GDP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그림〉 참조),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 중 상당수가 1%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세를 보인 미국의 경제성장률 역시 올해는 2.4%(잠정치)에 달하지만 내년엔 1.5%로 떨어진다. 중국의 성장률은 올해 5.2%에서 내년 4.7%, 2025년 4.2%로 계속 낮아진다. 유로존(유로를 국가 통화로 사용하는 유럽 20개국)의 성장률은 올해 0.6%에서 0.9%, 1.5%로 점차 오를 것으로 전망되었다. 내년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 국가는 인도(6.1%)와 인도네시아(5.2%)다. 한국은 내년에 2.3%를 기록한 뒤 2025년엔 2.1%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 밖에도 다양한 기관들이 2024년을 전망하고 있다. 구체적 수치는 다르지만, 일련의 가정들을 공유한다. 첫째, 경기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다. 둘째, 인플레이션은 완화된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이 ‘이젠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없다’고 확신해 금리를 내릴 시기가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2023년 12월 초 현재, 시장엔 ‘연준이 곧(심지어 내년 초에라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가득하다. 그러나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 및 금융기관들은 이런 낙관에 찬물을 끼얹는다. OECD는 인플레이션율이 내년에도 완만한 하락 추세를 보이겠지만, 중앙은행들의 목표치(2%)에 도달하는 시점은 2025년으로 본다.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세스 카펜터는 11월22일 보고서에 이렇게 썼다. “인플레이션의 마지막 발악은 2025년에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마저도 평상시보다 낮은 경제성장을 거친 뒤에야 가능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예측한 ‘2024년 연말 미국 기준금리’는, 골드만삭스 5.13%. 모건스탠리 4.375%, 제이피모건 4.5%, 바클리스 5.25~5.5%(현재와 동일)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