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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분쟁: 아직 희망이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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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군은 2023년 12월 초 현재, 가자지구 남부에서 섬멸전을 벌이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12월5일 현재 팔레스타인 사람 1만5000여 명이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전으로 살해당했다. 그중 절반은 어린이다.


중동엔 크게 두 종류의 ‘적대 관계’가 있다.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이슬람 수니파) 대 이란(시아파)’이다. 이 지역에서 가장 부유한 사우디가 ‘실리파’라면, 이란은 ‘미군 축출’과 ‘이스라엘 절멸’을 대의명분으로 삼는다. 두 나라는 예멘·시리아·리비아 등 내전에서 대리전을 펼쳐왔다. 이란은 시아파인 예멘의 후티 반군, 시리아 아사드 정권,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을 지원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는 수니파지만 이란의 자금과 무기를 제공받는다. ‘반(反)이스라엘’이란 대의에서 일치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의 적대 관계는 ‘아랍 대 이스라엘’이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바레인·아랍에미리트 등 페르시아만 주변의 ‘걸프 국가(비교적 부유하고 경제성장에 집중)’들은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는 대체로 인정한다.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은 이스라엘과 국교를 이미 수립했다. 다만 ‘아랍 대 이스라엘’ 관계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동한다.


2023년은 이 같은 적대 관계의 두 축이 모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해였다. 지난 3월, 앙숙인 사우디와 이란이 중국의 중재로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 이와 함께 사우디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논의를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엔 큰 걸림돌이 있었다. 팔레스타인 문제다. 국제법적으로 인정된 팔레스타인 영토는 이스라엘(국제법적 영토)의 동쪽(서안지구)과 서남쪽(가자지구)에 접해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의 백수십여 곳에 자국 시민들과 군대를 투입해서 정착촌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팔레스타인의 합법적 영토에 ‘알박기’를 해왔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1993년 미국 백악관에서 체결된 오슬로 협정이다. 협정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자국 시민들을 서안지구에서 철수시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건설하도록 협조해야 한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을 승인해야 한다. 이른바 ‘두 국가(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법’이다. 그러나 오슬로 협정을 체결한 이츠하크 라빈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극우파에게 암살당했다. 이후 이스라엘 집권 세력들은 사실상 팔레스타인 영토를 흡수하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은 온건파와 강경파로 분단되었다. 온건파는 ‘형식상’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다. 현지에서 PA는 ‘이스라엘의 괴뢰’ 정도로 취급받는다. 강경파는 봉쇄된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다.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면적은 각각 5860㎢와 365㎢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도 해결하길 원했다. 〈워싱턴포스트〉(12월2일)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두 국가 해법’을 받아들이라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거듭 요청해왔다. 네타냐후는 거부했다. 그러나 사우디 왕세자이며 사실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이 지난 9월 〈폭스뉴스〉에 털어놓은 다음 발언을 감안하면 두 나라가 이럭저럭 타협점으로 접근 중이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우리(사우디와 이스라엘)는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큰 딜(deal)로 매일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습격해 1400여 명(주로 민간인들)을 살해한 사건으로 중동지역의 평화 무드는 끝장나고 말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축으로 이란에 대응하는 한편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견제하려고 했다. 이 구상도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네타냐후 총리는 11월6일 미국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무기한으로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적인 안보 책임성(overall security responsibility)’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영토화와 더불어 가자지구도 점령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더 깊은 원한을 품게 되었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에 로켓을 쏘고 있는 헤즈볼라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절멸’에 더 큰 명분을 갖게 되었다. 이로 인해 전쟁이 가자지구에서 인근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1월2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란에 투자하는 대가로 가자 분쟁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중동 평화의 해법은 오슬로 협정 준수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극우 네타냐후 정권과 팔레스타인의 무능하고 부패한 PA가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세력으로 교체되는 등 성사되기 어려운 전제 조건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분명해진 사실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의 고난을 암묵적으로 무시해온 지금까지의 방식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아랍 전문 연구기관인 ‘워싱턴 아랍센터(Arab Center Washington DC)’는 11월22일 게시물에서 이번 사태가 “아랍-이스라엘 화해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과 떼어낼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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